마음 같아서는 마침 내 edc 자랑 인증샷 이벤트를 하는지라 앞뒤없이 말머리를 edc로 해보고 싶습니다만
제가 즐기는 이쪽 나이프류 취미가 그렇죠 뭐…
휴대는 절대 하면 안 될 일입니다.
집안에 콕 박혀 햇빛 볼 날 없이 전등 아래서만 눈으로 즐기던 애검(?) 하나 자랑해볼까 합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이런 멋진 거 제가 갖고 있다고 자랑을 못 하잖아요?
블랙잭 나이프 모델 1이라는 녀석입니다.





마음 같아서는 랜달메이드나이프 모델 1을 갖고 싶었는데, 발주하면 무려 6년 기다려야 한다더군요. 이런!
결국 꿩 대신 닭이라고, 그 레플리카 격을 샀답니다.
길이는 12인치(칼날쪽 7인치/칼자루쪽 5인치)
도검소지허가 기준인 “선날(절삭력 있는 칼날)” 은 14.9cm인 게 아이러니입니다(칼날뿌리 쪽은 1인치 가량 날이 안 서 있어요).
총평하자면, 그야말로 냉전맛 아메리칸 스타일 컴뱃나이프의 정수를 보여줍니다.
미국의 토속적인 칼인 보위나이프(Bowie knife) 칼날 형상에, 나름 냉전시절이랍시고 칼날폭은 좁고 칼끝~날뿌리까지 길이는 17cm 좀 넘는 소위 “찌르기 특화” 살벌한 비율을 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냉전시절의 주적이라면 시베리아나 모스크바처럼 추운 데 사는 공산/사회주의자들이니까요.
추운 데 사는 사람들은 옷이 두껍죠.
두꺼운 옷 입은 사람에게 베기는 잘 안 통해요. 한 점에 힘을 모은 관통 계열이 치명적이었을 테고…(해본 적 없습니다!)
잠시 끔찍한 이야기지만, 여기 에디터 플럼범 선생이 쓴 페어번사익스 관련하여 흥미가 동해 찾다보니
윌리엄 페어번 옹께서는 사람 잡는(?) 날붙이라면 6인치(약 15cm) 길이가 필요충분하다 하셨다는 걸 봤었던 거 같아요.
그래서 그런지 날 전체길이가 15cm + a(아마도 두꺼운 옷 두께?) 에 해당하는 17cm가 된 모양입니다.
같은 냉전시기 글록에서 출시된 fm78 역시 게르만식 메서 스타일 칼날 디자인을 쓰면서도, 대검마냥 좁고 긴 16.5cm의 칼날을 지닌 것도 그렇고… 군필자분들에게 익숙할 m7계열 대검 날길이가 17cm인 것도 그렇고…
전통적인 칼날 형상을 차용하면서 찌르기 특화 변형판을 만드는 건 냉전시대 컴뱃나이프 내지는 택티컬 나이프의 트렌드였던 모양입니다.
손잡이는 “니켈실버”라는 비철 합금+마이카르타라는 소재입니다.
니켈실버, 즉 동전 소재 같은 건데요.
냉전시대고 언제 싸울지 모르는데 철 아껴야죠. 전락 물자잖아요.
차도 만들고 총도 만들고 해야 하다 보니, 굳이 철이 필요한 게 아니면 철 소재 사용을 기피하려던 미국 나름의 전투적인 경향 탓입니다.
에폭시와 린넨의 복합 구조인 마이카르타 소재를 이 칼 덕에 처음 잡아봐요. 뭔가 인공물인데 거부감은 딱히 안 드는 느낌? 여튼 촉감이 희한하게 따스하고 손이 자주 가려 합니다.
손잡이 아래쪽 칼자루 끝에는 얇은 칼뿌리가 길게 관통해 나온 것을 너트로 죄어낸, 쥐꼬리 풀탱 구조예요.
요즘 나오는 손잡이 면적 전체가 풀탱구조를 겸하는 나이프에 비하면 부실한 거 아닌가 싶지만서도,
나름 중~근세 전투용 장검에서도 흔히 쓰여왔던 구조이기에 문제 삼지 않으려 합니다.
그 시절 제련기술 부족한 장검도 지탱해 준 구조가 별 일 있겠어요 뭐.
여튼 2000년대부터 근 20년간 이어진 테러와의 전쟁에서 택티컬 나이프의 체형과 크기, 구조가 많이 변해버린 가운데
이런 옛스러운 택티컬 나이프의 미학을 보고 함께 당시 전술적 트렌드를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 싶어 제 은밀한 컬렉션 중 하나를 한번 끌러봤습니다.
행여 저처럼 칼 좋아하시는 다른 분들 계신다면, 그분들 컬렉션도 보고 싶어요 ㅎㅎ
제 글 보시고 비슷한 취미가분들도 칼자랑글 좀 올려주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