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괴물】, 【살인의 추억】 등 여러 명작으로 우리에게 희노애락을 생생히 전해주던 명배우, 고 변희봉 님의 명복을 빕니다.
2006년에 개봉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천만 관객을 돌파했으며, 사회 풍자와 휴먼드라마와 괴수의 공포가 적절히 배합된 작품은 지금까지도 한국형 괴수물 영화의 모범사례로 평가받는다.
어느 날 한강 오염으로 인하여 사람을 잡아먹는 거대 괴물이 생겨나고, 한강변에서 매점을 운영하던 집안의 귀염둥이 아이가 괴물의 난동에 끌려간다. 그렇게 죽은 줄 알았던 아이가 살아있음을 알게 된 가족들은 합심하여 아이를 구하려고 나선다는 것이 영화의 줄거리이다.
괴물에 맞서 아이를 구하려는 가족 일행들은 모두 부족한 구석이 있는 인물들이다. 손님의 오징어 다리를 몰래 떼어먹는 아빠와, 제때 활시위를 놓지 못하는 양궁선수 고모, 술냄새 진동하며 세상 탓만 하는 백수 삼촌, 그리고 중반에 안타깝게 죽고 만 할아버지까지. 다들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전술적”이나 “택티컬”한 태도와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시각을 바꾸어보면 가장 눈여겨봐야 할 인물이 있다. 바로 박해일 배우가 분한 “박남일”이라는 인물이다. 대학생 시절에 운동권 에이스였던 그는 주변환경을 곧잘 응용하며 위기를 넘기고 목적을 향해 나아간다.
그의 멋진 장면들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면서도 공중파 특선 영화로 볼 때마다 편집되어 아쉬운 명대사가 있다.
“X 까.” - 클립을 엮은 콘센트를 플러그에 끼우며, 자신을 막는 형사들을 향한 서슬퍼런 욕설이 바로 그것이다.
조카의 문자 발신 위치를 알아내 주겠다는 통신회사 선배를 따라 그가 일하는 사무실로 들어간다. 하지만 그것은 카드 빚이 많은 선배가 수배자 신분인 박남일을 밀고하여 현상금을 챙기려는 함정이었다.
조카의 정확한 행방을 알아낸 순간, 옆 방에 숨어있던 형사들이 갑자기 들이닥친다. 싸움 실력이나 머릿수로나 압도된 박남일은 꼼짝없이 체포될 위기에 처했다.
당황하지만 이내 박남일은 냉정을 되찾고 앞의 명대사와 함께 사무실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클립과 콘센트를 엮어 플러그에 꽂는다. 누전으로 정전된 사무실은 어둠으로 차고, 주인공은 복잡한 파티션 사이로 형사들을 따돌리고 조카를 찾기 위한 여정을 계속한다.
다리 아래로 뛰어내려 간밤새 몸을 숨긴 박남일은 다음날 다리 아래 노숙자의 먹고 버린 소주병들을 주워 화염병을 급조한다. 불을 안 무서워하는 동물은 없다. 게다가 옛날 운동권에서의 경험 덕에 화염병의 제작과 사용법에도 능숙하다. 급조한 것 치고는 완벽한 무장이 아닐 수 없다.
멋진 총과 군장, 숨막히는 CQB 장면들이 눈에 익은 이들에게는 그럴싸한 몸싸움 한번 안 보여주는 인물이 성에 차지 않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전술적”, “택티컬”이라는 가치는 멋진 총과 플레이트캐리어, 신속한 재장전과 부무장 트랜지션만을 두고 평가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사무실의 흔한 종이클립이나, 다리 아래에 널린 소주병이 그에게는 단신으로 상대하기 힘든 형사들이나 가족을 해친 괴물을 상대로 전황을 바꿀 무기가 되었다. 이처럼 예상치 못한 변수와 앞으로 벌어질 일 등에 얼마나 잘 대응하는가가 진정한 “전술적” 혹은 “택티컬”의 본질이라 하겠다.
근래 안타까운 일들이 많이 벌어지고 있다. 아파트는 철근이 빠지고, 전셋집은 사기였으며, 거금을 들인 차는 급발진하거나 폭우 속에 잠겨버린다. 운동과 식단관리로 이룬 건강은 칼부림이나 압사, 교량 붕괴 등으로 상하고 마는 것이 작금의 세태다.
이는 마치 백주대낮에 평화로운 한강 둔치를 헤집는 “괴물”과도 같다. 우리 삶에 밀접한 영역에서 상상도 못한 방식으로 날뛰며 모두에게서 소중한 것들을 앗아간다.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고, 닥쳐온 위험에 대응하며, 정 안 된다면 임기응변으로라도 장해를 넘어서는 “택티컬”한 삶의 태도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가치가 아닐까 생각한다.
다음 회에서는 “택티컬”한 삶의 태도가 우리의 일상에서 어떤 모습으로 구현될 수 있는지를 고찰해보도록 하겠다.
댓글 4
새로운 게시판들이 생겼는데 홍보를 해주면 좋을 것 같고 덕분에 글도 잘 봤습니다.
제가 항상 주변에 말씀드리는 것들 중에 하나가 "재난은 항상 우리 곁에 공존한다"는 말입니다.
나에게 일어나지 않았으니 재난과 상관없다 생각하겠지만 그 재난이라는 것은 언제나 우리 일상에서 시작되고 그로 인해 누군가는 큰 상처를 얻거나 목숨을 잃는 일도 생깁니다.
그래서 최소한의 생존 도구 차량용 탈출도구 같은 것들은 꼭 지참하라 말씀드리곤 하는데 저를 괴짜 취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더군요 ㅎㅎ;;
택티컬의 재해석이라고 해야할까요 ㅎㅎ
다음 글도 기대하겠습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Plumbum입니다.
각자도생이라는 말이 사회를 관통하는 패러다임이 되어버린 시대에
여러분들의 삶에 전술적 사고가 깃들기를 기원하는 마음에 첫 글을 올리며 인사드립니다.
본 기고는 앞으로 1개월에 최소한 1편을 업로드하고자 집필 중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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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인쿠폰이나 인기상품의 증정행사 등도 병행해보고자 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리며, 더욱 유익한 전술적 고찰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