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피엑스를 애용하는 요원들에게 “택티컬”이라는 말은 충분히 익숙하리라 생각한다.
치고 받고 싸우는 현대전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홀스터(권총집)나 조끼 등은 그러한 상품명이 붙으며, 심지어는 일상적인 옷가지조차도 “택티컬 셔츠”나 “택티컬 팬츠”라는 이름을 버젓이 달고 있다.
솔직히 택티컬 셔츠와 택티컬 팬츠는 일반적인 의류 코너에서 파는 옷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전체적인 모양도 우리가 아는 셔츠와 바지 그대로이며, 그나마 주머니가 더 많거나 벨크로를 붙일 구석이 손바닥 반 만하게 있다는 것 외에는 대단히 다른 게 없다.
옷감이 특별할 수도 있지만, 이미 아웃도어와 스포츠 의류에서 유래된 다양한 기능성 소재들이 보급화되어 그 격차마저 줄어드는 형국이다.
그런데도 “택티컬 의류”들은 자신들이 “택티컬”하다며 일반적인 의류와 차이를 둔다.
과연 택티컬 의류들은 무엇이 기성복과 다르기에 총폭탄이 빗발쳐도 임무를 완수하는 군과 경찰, 소방의 숭고한 행동양식인 “택티컬”이라는 말을 붙여가면서까지 버젓이 판매되고 있을까?
사실, 택티컬이라는 상품은 따로 있지 않다.
그저 행위자가 의도한 목적에 맞추어 사물과 환경을 응용하는 철학과 행동을 일컫는 말이다.
대표적인 예를 들자면, 민트 사탕이 있다. 영미권에는 “Altoids(이하 “알토이드”)”라는, 사각진 아담한 양철 갑 안에 든 민트 사탕이 흔히 팔리고 있다.
▲ 일반적인 알토이드 사탕의 모습.
이 상품은 1780년대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생산되어 판매된 오랜 역사로 유명하기도 하지만, 특유의 포장재인 “사각진 아담한 양철 갑” 덕에 알맹이인 민트 사탕을 다 먹고 난 후에도 곳곳에서 다방면으로 응용되고 있다.
뚜껑으로 밀폐가 가능한 양철 캔은 외부로부터의 오염이나 이물질을 막아내기 좋고, 사각진 내부는 갖가지 자잘한 물건들을 정리하여 넣어두기 적절한 형상이었다.
아담한 크기는 주머니에 넣어 다니기에 부담이 없고, 1780년대부터 오늘날까지 팔린 사탕의 포장재라는 점에서 언제 어디에서 누가 봐도 위화감이 없었다.
이 점에 주목한 “일상 속 전술가”들은 알토이드 양철 갑을 성냥이나 소형 멀티툴, 상비약, 약간의 현금 등 유용한 소도구들을 한데 정리하여 다니는 EDC(Every Day Carry, 일상 소지품) 패키지의 포장재로 쓰고 있다.
▲ 다양한 EDC 장비들의 간편한 휴대를 위해 알토이드 양철 갑을 응용한 EDC 패키지. 제아무리 좋은 소도구도 여기저기 흩어져 있으면 의미가 없다.
다시 넷피엑스로 돌아와, 고객들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상품 중 하나인 ‘택티컬 스탠다드 베이직 긴팔 티셔츠 (블랙)’을 살펴보자. 외양상 여느 맨투맨 티셔츠와 다른 점이라고는 팔뚝에 붙은 벨크로 몇 조각밖에 없는, 전체적으로 평범한 모양새다.
하지만 응용 방안은 무궁무진하다. 어깨 양쪽의 벨크로는 다양한 패치를 붙일 수 있어 나름의 개성을 취향에 맞게 바꾸어가며 표현할 수 있다. 포켓 패치 같은 기능성 패치를 붙인다면 일상용품을 손쉽게 소지함으로써 다양한 기능성도 꾀할 수 있다.
▲ 택티컬 셔츠의 벨크로 부착면을 응용한 활용예시. 남들과 다른 특별함을 보여줄 수도 있고, 요원들의 임무를 보좌하기 위한 소도구들을 언제나 곁에 둘 수도 있다.
요원들에게 사랑받는 택티컬 팬츠 또한 마찬가지다. 일반적인 바지에 허벅지 옆면, 골반 정면 등에 몇 개의 작은 주머니가 더 붙어있을 뿐이지만, 그 “몇 개의 작은 주머니”에 어떤 내용물을 챙겨두냐에 따라 맨손으로는 절대 밝힐 수 없을 어두운 곳을 밝힐 플래시라이트나 억센 노끈을 잘라낼 나이프를 꺼내어 쓸 수 있다.
▲ 택티컬 팬츠의 골반 옆과 앞으로 난 조그마한 주머니의 사진. 일반적인 바지의 주머니처럼 손을 넣기에는 부족한 주머니지만, 다양한 소도구를 흔들림 없이 보관하기에는 적절한 EDC 플랫폼이다.
즉, 벨크로나 주머니는 사용자의 응용방안에 따라 다양한 상황에 대응하며 효율적인 일상을 영유케 하는 “멀티롤 택티컬 플랫폼”으로 기능하는 셈이다.
택티컬이란 단순히 셔츠에 벨크로 조각이나 바지에 주머니를 몇 개 덕지덕지 붙였다는 것을 포장하는 마케팅용 미사여구 따위가 아니다.
일개 민트 사탕의 양철 포장재가 EDC를 단정하게 휴대하며 이상(異常)을 막아내는 일상의 구급약통이 되었듯, 전적으로 사용자의 철학과 행동에 그 가능성이 달려있다.
우리 요원들도 자신만의 철학과 행동으로 스스로의 라이프스타일에 편의를 도모하며, 각자가 추구하는 일상을 크고 작은 이상으로부터 지켜낼 나름의 응용 요령을 멋지게 꾸려나가길 기대한다.
댓글 4
개인마다 사용방법도 다르고...틀에박힌 생각은 택티컬과는 거리가 있네요 ㅎㅎ
잘 읽었습니다.